번역&싱크 불법미인

짜증 나
알바 가야 하네

추워

날도 안 밝았는데
일하러 가야 하다니

 

이 마을의 아침은

사람보다 까마귀가
일찍 일어나기도 한다

 

거스름돈 20엔입니다

 

감사합니다

 

졸려라

 

뭐 하는 거람

 

또 왔네

 

옜다

너, 허탕치겠다

나한테도 줘

 

나한테도 도시락 줘

 

규정상 그럴 순 없어

미안하긴 한데

 

까마귀한테 줬으면서

막차 놓쳐서
신주쿠에서 계속 걸어왔어

까마귀한테
준 셈치고!

 

옜다

김 도시락밖에 없지만

앗싸

이런 모습 들키면
위험하니까

이름은 뭐야?
우오즈미 군?

 

리쿠오인데?

 

땡큐, 리쿠오

난 하루

대학생?

아니, 올해 졸업했어

지금은 백수야

까마귀 좋아해?

좋냐고?

자주 보다보면 귀엽달까?

이름은 칸스케라고 해
귀엽지?

가볼게, 도시락 땡큐

 

이상한 여자네

있네, 있어

우오즈미
땡땡이치지 마

죄송해요, 키노시타 씨

 

동창회

 

오늘도 일 열심히 했네

 

바이바이네

 

이쪽에서도 일을
구한다는 보장도 없고

이젠 학생이 아니니까

이대로 알바 생활을 계속해봤자
발전할 수 없잖아?

 

누구야?

 

안녕

후쿠다냐?

 

언제 오든 여전하구먼

더러운데다
시대를 초월했어

가난에 허덕이는 친구에게
선물 하나 없냐?

왜 내가 번 돈을
백수한테 줘야 해?

 

그러고 보니

동창회 엽서 왔었지?

 

진짜 그거 하는 거야?

올해 졸업했잖아?

뭐, 사회에 뛰어든지
반 년 이상 지났으니

대충 신세타령 좀
하고 싶은 거겠지

난 됐어

이런 취직에 실패한
놈이 있으면

다들 눈치 보느라
분위기 깨질 게 뻔해

실패한 게 아니라
안 한 거잖아?

왜냐면 넌 구직
활동 안 했잖아?

 

처음엔 했었어

하지만

그 생각이 들더라

나, 하고 싶은 일이 없어

뭔 상관

누구나 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 같진 않은데

결국 생활을 위해서 편의점에서
일하는 거니까

거기서 거기 아니야?

 

알바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져

하기 싫으면 그만두면 되고

고용주 입장에서도

알바생이라고 생각하면
별 기대 안 할 거 아니야

뭐, 아무튼
동창회에 나와라

어차피 맨날 보는 놈들뿐이고

모리노메 시나코도 오고

 

아, 금지어였나?

됐어, 뭐

근데 그 녀석

카나자와에 있잖아?

아니, 이쪽 고등학교에
부임했다는데?

 

전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너희, 사귀었었어?

아니

뭐야, 그래?

항상 너희 둘이 같이 있길래

뭐야, 그렇구나

친구구나

그냥저냥인…

 

방가, 리쿠오

너냐?

들어봐, 내 목소리
이상하지 않아?

하루, 오늘도 텐션 좋네

키노시타 씨

가라오케 때문에
목이 맛 갔어

 

다음에 나랑 가자

좋아!

한통 쏜다면야

 

이제 알바 가야 해

잠깐 얼굴 보러 왔을 뿐이야

- 안녕
- 안녕

하루, 매일 와주면 좋겠다

뭔가 괴짜 같지 않나요?

까마귀 같은 걸
거느리고 다니고

비상식적이에요

바보

귀여운 애는 뭘 해도
용서되는 거잖냐

그런 건가요?

 

그런 거야

 

너 연하 싫어?

우오즈미 군

네, 어서…

 

오랜만이야

시나코

이거, 오늘 동창회에서
먹은 요리 남은 거야

내가 없는 동안
잘 챙겨 먹고 있었어?

그게…

 

어서 오세요

바쁜가 보네

칸나나 쪽 패밀리 레스토랑에
있을 테니까

일 끝나면 와

 

아까 그 미인 누구야?

무슨 관계야?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저쪽에서 시간제 강사를
3개월 정도만 하는 거였구나

응, 바로 고등학교 일을 찾았거든

그런데 하나도 안 변했네

인간이 반 년 가지고
변하겠냐?

조금 안심했어

 

오랜만에 만난 시나코는

그때랑 다를 거 없이…

우오즈미 군은
하고 싶은 일 없어?

난 교사가 되고 싶어

 

우오즈미 군
수업 빼먹으면 안 돼

시나코는 남을
잘 돌봐주고

여전히 자전거 타나 봐

차가 아니라 미안하네

그런 거 기대 안 한 다니까

 

이 근처

학생 때 한밤중에
걸은 적 있었지?

그러고 보니 그렇네

두서 없는 대화
마시다 막차 끊겨서

젊었었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방비 상태고

 

분명 나 같은 놈을

세간에선 루저라고 하겠지?

 

학창시절의
우오즈미 군한테서

수트 입고 빠릿하게 일을
하는 이미지가 안 그려지긴 해

난 시나코한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그래서

돌봐줄 수밖에 없게
되는 거 같아

그래서

좋아하는 걸지도 모른다

 

여기야

바래다줘서 고마워

또 보자

시나코

 

자주 들러

응, 알았어

 

우오즈미, 이거

 

뭡니까?

우리 밴드에서
CD 내거든

그 CD 자켓에
사진이 필요하거든

저 그렇게 잘 못해요

됐어, 우리도 아마추어니까

그럼 잘 부탁해

그런 말씀을 하셔도

 

음악이라

이런 거에 빠져들었다면

나도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됐을까?

 

어라, 이 녀석?

 

리쿠오잖아?

뭐 해?

칸스케랑 산책

얘, 다리 안 좋잖아?

 

서서 얘기하기도
좀 그러니까

야!

 

왜 내가?

 

놀고 와

 

너 말이야

까마귀를 거느리고 다니면

가족한테 한소리 안 들어?

가족 없는걸

자취?

응

가족은 칸스케뿐이야

 

한 대 줘!

 

너 고등학생이잖아?

도쿄대생

무시하긴

 

난 리쿠오 보고 싶어서
가게에 가는 거란 말이야

그거 고맙구먼

 

뭔가 진심이 안 담겼는걸?

정체 불명의 여자애가
좋아해주는 걸로 들뜰 정도로

호구는 아니거든

 

어머, 엄청 겸손한걸

이런 미스터리한
미소녀가 구애하고 있는데

그치만

난 리쿠오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

 

뭔 소리야?
언제부턴데?

 

리쿠오의 기억력이 좋다면
내가 누군지 알 거야

미안한데

난 떠올리기 싫은 일이
너무 많거든

 

5년 전 눈 내리는 날

처음 만났을 때의 일

진짜 기억 못해?

 

방가

근로청년들이여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가?

오늘도 텐션 좋네

어라, 리쿠오는?

방금 수수께기 미녀가 와서
허겁지겁 갔어

 

오늘은 학교에서 오는 거야?

응

학생 상담해주느라
여러모로 힘들어

 

리쿠오!

드디어 현장을 포착했어

너무해, 계속 날 속였구나

하, 하루!

이런 소리를 하면서

바람 현장에 여자가 난입하는
드라마를 저번에 봤어

이러지 마

오해의 소지가 생기잖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노나카

 

기다려, 노나카

 

노나카라니?

 

이야, 누군가 했더니
선생님 아니신가요

깜짝 놀랐네

노나카

지금 뭐 하고 지내?

 

그냥 뭐

알바하면서 살고 있어요

이제 선생님이랑은
상관없잖아요

 

그렇지?

그때의 일

지금도 후회하고 있어

미안해

 

그러지 마요

난 딱히 홧김에
중퇴한 것도 아니고

선생님 때문이 아니야

 

그럼 이만

 

저 아이는
우리 반 아이였어

Bar 같은 곳에서
알바하는 걸 학교에 들켜서

정학처분을 받았는데

그런 곳에서
알바했으니 뭐

 

근데 지금은
잘 지내고 있고

너무 신경 쓸
필요 없지 않아?

 

저 애

조금 독특하긴 하지만
착한 애야

사이좋게 지내줘

 

왜 그래?

 

그럼 바래다줘서 고마워

 

잘 자

 

하루?

왜 한숨 쉬고 그래?

너, 간 거 아니야?

쿨하게 헤어지는 걸 보니

리쿠오의 짝사랑이구나

 

그런 거구나

뭐야?

학창시절의
여자사람 친구라

당연히 신중해질 만하지

잘못하면 주변 친구를
통째로 잃게 되니까

아는 척 좀 하지 마

하지만
뭐, 괜찮아

확 질러도 얌전히
물러나면 되니까

시나코 선생님은
착한 분이라서 괜찮아

아무 일 없다는듯이
친구로 있어줄 거야

분명

 

악마 같은 여자

 

맞아

저번에 말했던

나랑 전에 만난 적이
있다는 그거

역시 기억이 안 나

 

나, 변했으니까

 

큰일이야

 

떨어뜨렸어요

 

가장 중요한 건데

 

고마워요

 

그렇구나

그때 만난…

감사하라고

연애 같은 건
그냥 착각일 뿐인데

알고 있는데

그래서 5년 동안…

 

바보 같아

 

거짓말!

뒷부분은 거짓말, 뻥이야

그럴 리 없잖아

진짜라고!
거짓말이니까

간다

 

왜 저런담

 

어제 그 미인분 왔었어

 

어젯밤에 연락 왔었어요

뭔지 모르겠지만
인기남이잖아?

비결 있으면 알려줘

딱히 그렇지 않아요

저 같은 건 그냥
친구로만 보고 있고

좋아하지?

좋아해요

하지만, 뭐랄까

이대로 계속 있어도
되나 싶기도 해요

전 백수기도 하고

그 녀석은 어엿한
고등학교 교사고

존경한다고 할까

사귀면 그런 맘이
없어질 거 같고

무슨 소리야?

이해가 안 돼

아니, 딱히 이해
안 하셔도 돼요

 

뭔가 인생에서
도망치려는 거 같아

노력하는 자신이
초라해 보여?

비굴하게 도주로만
만들고 있지 않아?

어떻게 넘어지든 간에
자신이 다치지 않도록 말이지

 

흘러들어

나도 남 말 할
상황은 아니긴 해

음악을 핑계로 백수
생활을 하고 있으니

 

난 사람의 적극적인
모습을 보면

아무 말도 못 하게 된다

 

그건 내가 사회의 낙오자니까

열심히 뭔가를
하는 사람들한테

뭔가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비굴해지는 건가?

 

아니, 사실은

사회의 낙오자

이 한 문장에
난 심취했을 뿐이다

 

취직 안 하는 것도

좋아하는 여자한테
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것도

뭔가 결과가 나와
상처받는 것보다

결과를 애매하게 만들어

내 체면을 지키고
있을 뿐이야

 

무슨 일이야?
우오즈미 군

한밤중에 미안

 

패밀리 레스토랑에 갈래?

아니

 

여기면 돼

 

오래 전부터
말하고 싶었는데

 

나!

네가 좋아

 

나도 좋아해

그런 의미가 아니라

진지한 의미로 그런 거야

왜 인제 와서 그러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치만 이런 건
타이밍을 놓치면

우스꽝스러운 것도
알고 있지만

 

역시 친구로
지낼 수는 없는 걸까?

 

미안

 

괜찮아

내 나름대로 매듭을
지어두고 싶었을 뿐이니까

용건은 그거뿐

그럼

 

낙심하지 마!

졸업식 때 차였을 걸

오늘까지 연장해왔을 뿐이니까

 

이걸로 됐어

 

이걸로

 

차라리 인생 끝내버리자!

 

날씨 좋네

 

키노시타 씨한테 부탁받은
사진이나

찍으러 갈까

 

공원에 오긴 했는데

펑크 이미지는 아니네

담배 줘

 

하루

여어

 

이마 왜 그래?

 

네가 말한 착각에
종지부를 찍고

자전거째로 굴렀어

 

그냥 좀

자기변혁을 시도해봤어

거짓말쟁이인 나를
몰아넣어 보고

그럼 과연 어떻게
되나 싶었더니

 

딱히 별 일 없더라

계속 같은 곳에 있을 뿐

 

조금 자신이
싫어지기도 했어

기특한걸

 

거짓말쟁이는

남들에게 미움받지만
남들이 좋아하기도 해

거짓말하면서

대충 타인이랑 얘기하며
엉터리로 살고

상처받는 일도
상처 주는 일도 전혀 없고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되고

그러다 사람이랑
있는 게 귀찮아졌어

학교를 그만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야

 

거짓말쟁이는

아무것도 잃지 않지만
아무것도 손에 넣을 수 없어

 

이 녀석도 나랑 동류인가

난 거짓말쟁이지만

 

처음으로 남한테
사랑받고 싶어졌어

나도 도망칠 곳을
잃은 걸지도 몰라

 

그럼

 

좋은 카메라 갖고 있잖아?

취미야

맞아, 사진 찍게 해주라

 

괜찮지?
CD자켓이 될 거야

아마추어지만

 

이러면 돼?

어

거기에 서있어

대충 느낌 살려봐

엉터리야

 

그럼 평범하긴 하지만

 

뻔한 대답을 등지며

얼버무린 줄 알았던
상처를 마음속에 품었어

물고 늘어진 반응을
더듬어보아도

되물은 말은 이미

몇 번이건 반복되고 있어

똑같은 곳을, 똑같은 마음을

몇 번이건 여름이
여기에 오더라도

난 똑같은 계절에 있어

아아, 어떡해야

이 몸으로부터 당신을
숨길 수 있을까?

저기, 어떡해야?

저기, 어떡해야 웃으며

어제를 노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