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싱크 불법미인

거처를 찾았다고
당신은 말했다

 

몇 년 전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내가 철이 들 때부터

나랑 당신은
계속 단둘이었다

 

어떤 때도

어린 내 손을 잡고
이끌어준 당신의 손

지금 떠올려보면

나랑 별반 다를 거 없이
작았어야 했을 손

그 손의 따스함뿐만이

내 존재를
실감나게 해주었다

 

내 거처였던 것이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도착한 아저씨의 집에서

확장기술과 만난
당신은 이렇게 말했다

이 기술이 있으면
소중한 걸 잃은 사람들에게

잃은 것 이상의 무언가를
줄 수 있을지도 몰라

이런 나조차도
거처를 찾았어, 메리

그렇게 말하며 먼 곳을
바라보는 당신의 눈이

너무 예뻤으니까

'내 거처는
빅터가 있는 곳이야'

난 그 말이
입 밖으로 안 나와서

 

당신이 날 떼놓고
전장으로 가버렸을 때도

무지 불안했지만

 

그래도 당신이 자랑스러웠다

 

다시 한 번 더
당신을 만날 수 있다면

딱 하나, 말하고 싶었어요

 

어엿한 엔지니어가 돼서

나한테도 거처가 생겼다고

 

그런데

 

「거처」

 

빅터의 저 능력

 

보조뇌에 부하가
분명 엄청 가해질 거야

진정제 투여 없이

연속해서 사용하지 못 할 거야

그럼 아무리 한팔이라도

쥬조 씨가 빅터한테 질 거라고
생각하기 어려워

그치만

 

옛 정을 생각해
하나 말해줄게, 쥬조

날 쓰러뜨릴 생각이라면

안 봐주는 게 좋을 거야

입은 살아있군

너, 내가 건 슬레이브 유닛인 걸
알고 있는 거냐?

 

당연히 알지

난 너의 전속 엔지니어라고

너야말로 모르는 거 같아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익스텐드를 해체해왔는지

 

그랬었지

 

이 녀석들은 뭐지?

 

원격 조작?

 

쥬조 씨, 분명 이 근처에
빅터의 동료가 숨었을 거예요

그 녀석들이 확장체를
조종하고 있어요!

 

완벽하진 않지만
비슷하긴 하네

그거 알아?

머리가 없는 몸에
들어간 익스텐드는

신기하게도 생각을
잃는 자들이 많아

그러니까 지금은 내 명령을
따르는 꼭두각시 인형이야

인형이라고?

 

푼케 파우스트!

 

쓸데없는 짓이나 하긴

 

확실히 무례하긴 했어

이런 인형을 상대로

네가 진짜 실력을
낼 리도 없지

 

쥬조 씨, 떨어져요!

 

이 자식, 무슨 짓을 한 거냐?

 

잊었어?
내 또 다른 이름

 

해체자 말이냐?

 

맞아

틈새로 들어가기만 하면

어떤 익스텐드도 이 손으로
순식간에 해체할 수 있어

 

이 자식들!

 

어디까지 벗겨내야
네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어?

 

쥬조 씨!

 

소용없어

 

통각을 차단해봤자야

뭣하면 떠올리게 해줄까?

전시 중에 적, 아군 불문하고
공포의 대상이던 네가

그 힘을 구사하는 걸
주저하는 이유를

빅터, 이 자식!

13체 건 슬레이브 유닛 중에서

유일하게 너한테만
부여된 역할

페어라트 드라이첸

동포 살해자 13번기

피투성이가 된 그 일화를!

 

동포 살해자?

전쟁 후 이렇게나
세월이 흘러도

그 사건은 널 계속
옥죄고 있어

하지만 그래선 곤란해

 

너의 그 가죽

벗겨내줄게

 

내가 아는 빅터는
어디로 갔나요?

 

빅터!

 

적당히 좀 하라고요!

가슴 로켓

 

발사!

 

푼케 파우스트!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것 말곤
방법이 없거든

 

설마

내 팔을 봉쇄하기 위해

일부러 오른팔을 희생시켰나?

 

내가 아는 빅터가

진짜 빅터였는지

지금의 당신이 진짜인지

난 모르겠어

 

하지만 이 이상 당신이
누군가를 상처 입히겠다면

적어도 내 손으로

 

정말로 너무 무모해요

아무리 통각을
차단할 수 있다곤 하지만

 

메리, 너…

이걸로

 

이걸로 잘된 거예요

 

그래

 

네가 자신을 탓할
필요는 전혀 없어, 메리

래프티?
무사했군요

어

저쪽 몸의 의식이
끊어진 덕분에

이쪽에 보조뇌의 용량을
할애할 여유가 생긴 거 같아

덕분에 이렇게 발성장치를 빌려
대화를 할 수 있게 됐어

이 자식, 슬슬
정체를 밝혀라

쥬조, 너한텐
감사하고 있어

약속대로 내 대신 계속
메리를 지켜봐주고 있고

네놈은?

빅, 빅터?

그래

내가 진짜 빅터야

하지만, 그럼

저 몸은 그 빅터한테

평범한 꼭두각시 인형에
지나지 않아

자세하게 들려줘봐

 

미안해요

잠깐 몸 좀 빌릴게요

 

네가 신용할 만한지는
일단 둘째치고

네가 진짜 빅터라면
그 녀석은 대체 뭐야?

 

아까 말했듯이

그건 인형에
지나지 않아

그리고 그 인형을
조종하고 있던 건

내 그림자야

빅터의 그림자?

뜨겁다고

쥬조

네가 그 녀석을

내가 낳은 그림자를
없애주면 좋겠어

 

얘기는, 그래

내가 네 전속 엔지니어를 했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해

 

알다시피

엔지니어로서
군에 들어간 나는

전선에서 떨어져 있는 군의
연구시설에 배속됐어

 

연구성과가 병사의 구제

그리고 전쟁의 승리로
이어지는 일은

정말로 보람찼었어

확장기술의 진보가

수많은 사람을 위해
쓰여질 거라고

아무런 의심도 없이
믿고 있었어

 

머지않아 난

무인병기 사용제한 조약에
저촉되지 않는 기술로서

당시에 실용화가
시급히 필요했던

확장체 원격조작
기술 개발에

종사하게 되었어

 

원격조작이 실현되면

병사가 괜히 생명의 위험을
겪을 필요도 없어져

 

하지만 그걸 위해
극복해야만 했던 게

조작체가 주는 과도한
감각의 피드백이었어

공명이군요

 

소년이랑 똑같아

 

통증도 신체 조작하는 데에
중요한 정보야

단순히 통증을
차단해버리면

조작 정밀도도 극단적으로
낮아져버려

하지만 출입력되는 방대한
정보 선별을 순식간에 하기엔

당시에 새로 개발된 외장형
보조뇌조차

처리능력이 너무 낮았어

 

그래서 내가 고안한 게

병렬형 보조뇌였어

두 개의 보조뇌를

사람의 우뇌와 좌뇌처럼
연결시킴으로써

보조뇌의 처리속도를

크게 향상시키는 데에
성공했어

병렬형 보조뇌?

일반적으론 알려지지
않았을 거야

군의 극비실험이었고

이미 실패작으로
폐기됐으니까

한마디로 결함이
있었다는 소리죠?

그게 성공했으면

원격조작 기술은 공명 문제를
극복했을 테니까요

맞아, 메리

 

내 자신이 실험체가 되어

동기화 실험을 반복한 후에

처음으로

전선에서 작동 실험을 했어

 

그리고 조작체의
눈을 통해 난 봤어

 

내가 해온 짓들의 결과를

 

그만둬!

누군가를 구하기 위한
연구였을 텐데

 

하지만 거기엔

구원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난 대체 지금까지 뭐를?

 

마음이 깨질 듯한 충격에서
깨어난 내 눈에 비춰진 건

 

불타는 연구시설과

동료들

 

그리고 내 모습을 한

내가 아닌 무언가의
모습이었어

 

무슨 소리야?

무의식 중에 네가
그랬다는 거야?

보조뇌엔

말 그대로 익스텐드의 조작을 보조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들어간 건 알지?

 

그리고 거기엔 장착자마다 사고의
성향이란 게 배어 있어

설마

그 성향을 토대로

내 보조뇌는 빅터로서의 행동을
자발적으로 선택하여

내 몸을 조종했어

 

그 전장에서 정신적인 대미지를
입은 내 뇌를 대신해서 말이야

말도 안 돼, 보조뇌가
자립행동을 하다니

 

믿겨지지 않는 것도
무리는 아니야

하지만 아마도 그 녀석은

그때의 내 사고 패턴을 토대로
행동하고 있는 거야

 

확장기술은 이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되는 것

그 녀석은 그렇게 믿고 있어

 

그래서 확장기술을 발전시켜

익스텐드를 세상에 내보낸 것이
자신의 죄라고 믿고 있으며

속죄를 위해

익스텐드를 없애려 하고 있어

그, 그치만

쥬조 씨를
없애려고 하기보단

안을 확인하려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러게

확장기술에 격렬한 관심을
가진 것도 사실이지만

쥬조

그 녀석이 너한테
드러낸 살의는 진짜야

네 몸을 마음껏 엿본 후에

죽일 생각이었겠지

그럼 빅터가 스피츠베르겐에
협력하고 있는 건?

익스텐드를 멸망시킨다는
목적은 똑같으니까

 

잘 모르겠지만

한마디로 넌

보조뇌한테 몸을
빼앗겼다는 거야?

뭐, 그렇지

 

이해가 안 가는걸

 

그렇다는 건

아까 싸운 빅터 닮은 놈

녀석을 조종했던 건

그 병렬형 보조뇌라는 거지?

맞아, 맞아

그럼 그 손 확장체는

네 자신이 원격조작으로
조종하고 있단 거야?

뭐, 간단히 말하면 그렇지

왜 일부러 그런 귀찮은
짓을 하고 있는 거야?

그럼 그 보조뇌가 달린
네 몸은 어디에 있어?

 

그건 분명 금방 알 거야

 

그리고 그걸 알았을 때는, 쥬조

내 몸에 있는

병렬형 보조뇌를 파괴해줘

 

그건 무슨?

 

그 전장에서

분명 난 절망했어

내가 믿었던 게 박살 나버렸어

하지만 익스텐드 전부가
멸망되는 걸 바라진 않아

확장기술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면도 있을 거야

그러니까 부탁해, 쥬조

 

빅터?

 

녀석의 의식이
점점 돌아오고 있어

이렇게 대화하는 것도
슬슬 한계 같아

말도 안 돼

아마도 인형을 아직 어디선가…

미안한데 헛고생은
더 이상 하기 싫거든

쥬조 씨

처음 의뢰까지 포함해서

남김없이 받아가주마

 

각오해둬

쥬조, 미안해

 

쥬조 씨!

 

미안한데

그 빅터의 본체를

당신들이 심판하게
할 순 없습니다

법에 의거하여

제가 확보하겠습니다

바로 저

법의 파수꾼인
아비 코보가

 

그걸 막는 게 전속
엔지니어의 역할이다

넌 뭘 생각하고 있는 거야?

웃기지도 않는 농담이군

빅터

노 건즈 라이프

제16화

엔지니어